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구소멸 도시의 현실과 교훈 - 일본 훗카이도 유바리시

by 마음먹끼 2025. 5. 18.

훗카이도 유바리시(夕張市)는 일본 인구 소멸의 상징적인 도시로, 지방소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인구소멸 도시 훗카이도 유바리시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일본 훗카이도 유바리시
일본 훗카이도 유바리시

 

 

1. 한때 번성했던 석탄 산업 도시, 유바리의 몰락

 

일본 홋카이도 남부에 위치한 유바리시(夕張市)는 오늘날 인구소멸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유바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활력이 넘치던 산업도시였습니다.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석탄 채굴 산업은 유바리시의 운명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때 유바리시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석탄 생산지로 자리매김하였고, 이와 함께 인구도 급속도로 증가해 1960년대에는 1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번화한 상가, 붐비는 시장, 학교와 병원이 자리한 이 도시는 외부인들에게도 ‘성공적인 지역경제 모델’로 비춰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일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석유 중심으로 재편되며 석탄 산업은 급격히 쇠퇴합니다.

이에 따라 유바리의 광산들은 폐쇄되었고, 도시 경제는 중심 산업을 잃은 채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자와 가족들이 대거 도시를 떠나면서 유바리의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지역 상권과 공공서비스도 함께 축소되었습니다.

 

이후 시 당국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관광산업 육성이라는 대안에 집중했습니다.

유바리 멜론을 지역 특산물로 홍보하고, 1990년대에는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를 유치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인구가 줄고 기반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 같은 개발 정책은 무리한 재정 지출로 이어졌고, 결국 2007년 유바리시는 지방정부 최초의 재정 파탄 선언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맞이하게 됩니다. 당시 300억 엔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었던 유바리시는 일본 전역에 충격을 안겼고, 그 이후 유바리는 ‘소멸 도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 전성기: 석탄 산업의 메카
20세기 초부터 석탄 산업 중심지로 성장

1960년대에는 인구가 12만 명 이상으로 급증

광산 노동자, 가족, 상업 중심으로 활기 넘쳤던 도시

 

🔹 쇠퇴기: 산업 구조의 급변
석탄 수요 감소 → 정부의 석탄산업 정리 정책(에너지 전환 정책)

광산 폐쇄 → 급격한 실업과 인구 유출

도시 기반은 유지된 채 사람만 빠져나가며 ‘유령 도시화’ 진행

 

🔹 위기 폭발: 재정 파탄
1990년대, 관광산업으로 활로 모색 (유바리 멜론,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등)

적자 누적 → 빚으로 도시 운영 → 결국 2007년 지방재정 파탄 선언

일본에서 지자체가 파산한 첫 사례로 기록

 

1960년대 약 12만 → 2024년 기준 약 7,000명 미만(고령화율 50% 이상)

 

2. 유바리시의 현재 모습 – 기능을 상실한 도시의 실상

 

2024년 기준 유바리시의 인구는 7천 명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는 전성기의 5% 수준에 불과하며, 일본 내에서도 가장 빠른 인구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령화율이 50%를 넘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유바리시에 남아 있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청년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도시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통합되거나 폐교되었으며, 고등학교도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시내에는 빈집이 널려 있고, 상점가와 쇼핑센터는 대부분 철수한 상태입니다.

 

일부 공공건물은 아예 철거되거나 용도를 잃은 채 방치되어 있으며, 그 주변은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의료와 돌봄 서비스 역시 한계에 도달해 있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병원까지 가기 위해서는 인근 도시로 수십 분 이상 차량을 이동시켜야 하는 실정입니다. 시 당국은 필수적인 행정서비스 외에는 예산을 투입할 여력이 없어, 시민들은 자조적으로 삶의 질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물론 지역 주민과 자치단체는 포기하지 않고 도시 재생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술인 마을 조성, 지역 특산물 브랜드화, 청년 이주민 유치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인구 기반의 회복 없이는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는 곧 ‘인구’가 사라지면, 도시의 경제와 행정, 문화, 공동체가 함께 붕괴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3. 유바리시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 – 한국 지방도시의 미래인가?

 

유바리시의 사례는 단순히 일본 한 도시의 몰락을 넘어서, 지방소멸이라는 전 지자체적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역시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바리시는 하나의 미래 시나리오처럼 다가옵니다.

 

이미 경북 의성군, 전남 고흥군, 강원 태백시 등 한국의 여러 지방 도시도 출산율 0.5 미만, 청년 유출 지속, 고령화율 40% 이상이라는 지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 기반이 약하거나, 지리적으로 외진 지역은 ‘지역의 기능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바리시처럼 중심 산업의 붕괴와 더불어 지방정부의 재정적자, 인프라 과잉 등이 반복된다면 한국판 유바리시가 나타날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유바리시는 결국 ‘산업 다변화 실패’와 ‘인구구조 관리 실패’, 그리고 ‘재정의 무리한 운영’이 결합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는 우리 지방자치단체가 지금부터 철저히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단기적인 개발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거나, 인구를 늘리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으로는 소멸을 막기 어렵습니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의 정주 기반 마련, 디지털 산업 유치, 맞춤형 의료·교육 인프라 확보와 같은 종합적인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유바리시는 ‘사라진 도시’가 아니라, 사라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아직도 그곳에는 포기하지 않은 시민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도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은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 없이, 지역 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유바리시의 사례는 단순히 인구 감소가 아닌, 도시가 기능을 잃어가는 과정과 그 파급 효과를 경고하는 생생한 교훈이 됩니다.

 

우리도 이 문제를 결코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인구 소멸은 눈에 띄게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되는 미래입니다. 유바리시가 그 증거입니다.

 

💬
“도시는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사람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
— 지방소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경고

 

이제는 도시를 만들기보다, 사람이 떠나지 않을 이유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단순한 통계가 아닌, 삶과 공동체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유바리시의 사례는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