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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도시, 인구소멸의 현실 - 일본 훗카이도 루모이시

by 마음먹끼 2025. 5. 20.

일본 북부 홋카이도에 위치한 루모이시(留萌市)는 ‘지방소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오늘은 일본의 인구소멸 도시 훗카이도 루모이시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루모이시
루모이시

📈 루모이시는 어떻게 인구소멸의 길로 접어들었나?

 

루모이시는 홋카이도 서북부, 동해안에 접한 항구도시로, 삿포로에서 북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러시아와의 무역, 어업, 석탄 산업 등으로 경제가 번성했던 지역입니다.

 

1950~60년대에는 인구가 약 5만 명에 달했으며, 철도와 항만, 산업 기반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전역에서 산업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루모이시의 기반 산업들이 빠르게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획량 감소와 석탄 산업의 붕괴는 루모이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고, 일자리를 잃은 젊은 층은 대도시로의 이동을 선택했습니다. 동시에 출산율은 낮아졌고, 도시의 고령화 속도는 가팔라졌습니다.

 

2025년 기준 루모이시의 인구는 1만8000명 이하로 떨어졌고, 고령화율은 45%를 넘습니다.

 

생산 가능 인구는 급감했고, 출산율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루모이시가 ‘소멸 가능 도시’로 지정된 것은 이처럼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 지금 루모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 인구소멸의 현실이 만들어낸 도시의 변화

 

일본 홋카이도의 루모이시는 한때 번성했던 항구 도시였지만, 현재는 인구소멸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젊은 세대가 도시를 떠나면서, 루모이시는 도시 기능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인구 감소는 단지 사람 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교육·의료·생활 인프라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 무너지는 교육 기반 – 매년 폐교되는 학교들

 

인구 감소의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교육 현장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루모이시에서는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통폐합과 폐교가 연례행사처럼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여러 초·중학교가 지역 곳곳에 분포해 있었지만,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이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일례로, 루모이시 교육위원회는 최근 10년간 6개 이상의 초등학교를 폐쇄했고, 나머지 학교들도 학급 수가 급감했습니다.

 

한 반에 10명도 되지 않는 상황은 이제 익숙한 풍경입니다. 교사 수는 물론 교육 예산도 삭감되면서, 교육의 질 저하와 더불어 젊은 가족의 지역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학교는 단지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지역 커뮤니티의 결속도 약화되고, 이는 다시 인구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폐교는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지역 이주나 정착을 어렵게 만듭니다.

 

2. 무너지는 도시 인프라 – 병원, 마트, 은행이 사라진다

 

인구 감소는 교육뿐 아니라 생활 인프라 전반에 걸쳐 붕괴를 유발합니다.

 

루모이시에서는 이미 다수의 병원, 약국, 슈퍼마켓, 은행 지점이 문을 닫았고, 일부 지역은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생활 편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시스템의 약화는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일수록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합니다.

 

루모이시의 고령 인구 비율은 45%를 넘어서며,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병원조차 인근에 없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구급차가 인근 대도시까지 이동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이로 인한 의료 공백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대형 마트와 금융기관의 철수도 도시 기능의 약화를 상징합니다. 은행이 없어 송금이나 연금 수령조차 불편해진 고령자들은, 점차 도시 생활 자체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자동차 없이 이동이 어려운 교통 인프라도 문제입니다. 대중교통이 거의 사라진 지역에서는 병원이나 마트를 가는 것조차 하루 일정이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3. 인구 유입을 위한 정책, 효과는 미미

 

루모이시는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 인구를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정착 유도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출산 장려금, 청년 정착 지원금, 주택 무상 임대, 이주자 대상 세제 혜택 등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수년간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러나 현실은 냉정합니다. 경제적 혜택만으로는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삶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업이 없고, 아이를 보낼 학교가 없으며, 병원 이용이 어렵고, 문화시설조차 없는 지역에 단순한 금전 지원만으로 인구를 유치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최근에는 원격근무 기반의 소규모 IT 기업을 유치하거나, 농촌 관광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사업이 시도되고 있지만, 도시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은 대도시에서의 교육과 커리어 기회를 선호하기 때문에, 인프라와 커뮤니티의 질적 수준이 확연히 다른 루모이시로의 이주를 꺼리고 있습니다.

 

결국 인구 유입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역 산업 재건, 일자리 창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 커뮤니티 회복 등 다면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기적 수치에 의존한 인구 정책은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 못하며, 루모이시의 사례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루모이시가 한국에 주는 경고: 지방소멸은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

 

루모이시의 사례는 단지 일본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 또한 지방소멸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전국 89개 시·군·구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 의성군, 전남 고흥군, 강원도 인제군 등은 고령화율이 45% 이상으로, 루모이시와 매우 유사한 인구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방의 일자리 부족, 청년 유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가 빨려 들어가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지방은 점점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루모이시의 실패 사례는 한국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한 재정지원이나 일회성 인구정책으로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습니다. 장기적인 인구 순환 구조의 설계, 청년층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 창출, 지역 맞춤형 산업 육성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들—교육, 보건, 교통, 문화—에 대한 공공투자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지역이 살기 좋은 공간이 되어야만 인구는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정착하게 됩니다. 루모이시가 걸었던 경로는 현재 한국 지방도시가 걸어가고 있는 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루모이시의 현재는 단순히 한 도시의 쇠퇴를 넘어, 국가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를 상징합니다.

 

도시의 생명력은 사람, 교육, 의료, 경제, 커뮤니티의 균형 속에서 유지됩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도시 전체가 붕괴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납니다.

 

루모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육의 붕괴, 생활 인프라의 해체, 실패한 정착 정책은 모두 인구소멸이 가져오는 실질적인 위기의 단면입니다. 이는 한국의 지방도시들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 재생 전략의 필요성입니다. 인구정책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으며, 루모이시는 그 실패와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시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야 유지되는 생명체다.”

 

도시를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순환이 있는 유기체로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즉, 도시는 정책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